치매는 기억력만 변화시키는 질환이 아닙니다
치매라고 하면 가장 먼저 기억력 저하를 떠올립니다. 하지만 병이 진행되면서 감정이나 성격, 행동에도 변화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평소보다 쉽게 불안해하거나 짜증을 내고, 아무것도 하려고 하지 않거나 반복적으로 서성이는 모습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때로는 가족이 물건을 훔쳤다고 의심하거나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나 사물을 보고 듣는 환각을 경험하기도 합니다. WHO와 NIA에서도 이러한 행동과 정서의 변화가 치매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이러한 증상들은 환자 본인뿐 아니라 함께 생활하는 가족에게도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갑자기 행동이 달라졌다면 원인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중요한 점은 환자의 모든 행동 변화를 곧바로 ‘치매가 심해졌기 때문’이라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갑자기 심하게 초조해지거나 공격적인 모습을 보인다면 통증, 섬망, 다른 신체질환이나 주변 환경 등이 영향을 주고 있지 않은지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NICE는 치매 환자의 심한 불안이나 행동 변화에 치료를 시작하기 전 증상의 원인을 구조적으로 평가하고 통증이나 섬망, 부적절한 돌봄 환경과 같은 임상적·환경적 원인을 확인하도록 권고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전과 다른 행동이 갑자기 시작됐거나 빠르게 악화됐다면 단순한 치매 증상으로 넘기기보다 의료진의 평가를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환자와 논쟁하는 것이 해결책은 아닙니다
기억력과 판단력이 저하된 환자가 사실과 다른 이야기를 반복하면 가족은 이를 바로잡으려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망상이나 환각을 경험하는 환자에게 계속해서 사실이 아니라고 설득하거나 논쟁하는 것이 항상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NIA는 환각이나 망상을 경험하는 알츠하이머병 환자가 두려워할 경우 안심시키고, 환자가 보고 듣는 내용에 대해 논쟁하기보다는 다른 활동이나 장소로 관심을 돌리는 방법 등을 제시합니다. 동시에 환자와 주변 사람의 안전을 확인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결국 행동 자체를 억제하는 것보다 그 행동 뒤에 어떤 불편함과 감정이 있는지를 살펴보는 접근이 필요합니다.
약물보다 먼저 살펴볼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행동·심리 증상이 있다고 해서 곧바로 약물치료부터 시행하는 것은 아닙니다.
NICE는 치매 환자의 불안과 행동 문제를 관리할 때 심리사회적·환경적 중재를 초기 및 지속적인 관리 방법으로 권고합니다. 환자의 관심과 능력에 맞춘 활동을 제공하고 주변 환경이나 돌봄 방식을 조정하는 것도 여기에 포함됩니다.
항정신병 약물은 모든 치매 환자의 행동 증상에 일률적으로 사용하는 치료가 아닙니다. NICE는 환자 자신이나 다른 사람에게 위해를 가할 위험이 있거나, 초조·환각·망상으로 인해 심각한 고통을 겪는 경우 등에 제한적으로 고려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WHO 역시 항정신병 약물을 행동·심리 증상의 일차 치료로 사용하지 않도록 권고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약물이 필요한지, 필요하다면 어떤 치료가 적절한지는 환자의 상태와 위험성을 의료진이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가족의 건강도 치료 과정의 일부입니다
치매 환자를 돌보는 과정은 장기간 이어질 수 있습니다.
WHO는 치매 환자를 돌보는 가족과 보호자가 심리적·정서적으로 상당한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하며, 보호자를 위한 교육과 심리사회적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WHO의 iSupport 프로그램 역시 치매 이해, 일상적인 돌봄, 행동 변화에 대처하는 방법뿐 아니라 보호자 자신의 건강을 돌보는 내용까지 포함합니다.
따라서 보호자가 모든 상황을 혼자 해결하려 하기보다는 가족과 역할을 나누고 필요한 경우 의료진이나 지역사회 서비스를 통해 도움을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행동의 변화도 환자가 보내는 하나의 신호입니다
치매 환자의 초조함이나 반복 행동, 의심, 무감동을 단순히 ‘고집이 세졌다’거나 ‘성격이 나빠졌다’고 생각하면 환자가 실제로 겪고 있는 불편함을 놓칠 수 있습니다.
언제 증상이 나타나는지, 어떤 상황에서 심해지는지, 최근 새로운 약을 복용했거나 신체적인 불편이 생기지는 않았는지 등을 관찰해 의료진에게 전달하면 원인을 파악하고 관리 방향을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작은 행동의 변화까지 하나의 신호로 바라보고 그 원인을 세심하게 살피는 것이 치매 환자의 일상을 보다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출발점입니다.
본 칼럼은 일반적인 의학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개인의 진단 및 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