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의 연결도 뇌 건강과 관련이 있습니다
치매 위험을 생각하면 혈압이나 운동, 식생활 같은 신체적인 요소를 먼저 떠올리기 쉽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사람이 얼마나 사회적으로 연결되어 있는가 역시 뇌 건강과 관련된 요소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WHO는 2026년 개정한 치매 위험 감소 지침에서 사회적 고립을 수정 가능한 치매 위험요인 가운데 하나로 제시했습니다. 또한 정상 인지기능을 가진 성인과 경도인지장애가 있는 성인의 위험 감소 전략에 사회활동 참여와 인지적 자극 등을 포함했습니다.
‘사회적 고립’과 ‘외로움’은 같은 말이 아닙니다
두 개념은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회적 고립은 정기적으로 만나는 사람이나 사회적 접촉 자체가 적은 객관적인 상태에 가깝습니다. 반면 외로움은 자신이 원하는 만큼 충분하거나 만족스러운 관계를 맺지 못하고 있다고 느끼는 주관적인 감정입니다.
따라서 혼자 산다고 반드시 외로운 것도 아니며, 가족이나 여러 사람과 함께 생활한다고 외로움을 느끼지 않는 것도 아닙니다.
이 차이가 중요한 이유는 단순히 사람을 많이 만나는 것만으로 개인의 사회적·정서적 상태를 판단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외로움과 치매의 관계는 얼마나 클까요?
2025년 NIA가 소개한 대규모 분석에서는 21개 종단 코호트의 60만 명 이상의 자료를 종합했습니다.
분석 결과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에게서 전체 치매 위험이 약 31% 높게 나타나는 연관성이 관찰됐습니다. 알츠하이머병, 혈관성 치매 및 치매가 없는 인지장애와도 각각 연관성이 나타났습니다.
다만 여기에서 특히 주의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이 결과는 외로움이 치매를 직접 일으킨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이런 연구에서는 우울, 신체활동, 기존 건강상태 등 여러 요인이 서로 영향을 줄 수 있으며, 반대로 인지기능이 떨어지기 시작하면서 사회활동이 줄어들 가능성도 고려해야 합니다.
따라서 ‘외로운 사람은 치매에 걸린다’고 해석하기보다는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이 장기적인 인지건강과 관련된 하나의 위험 신호가 될 수 있다고 이해하는 것이 적절합니다.
왜 사회적 관계가 뇌 건강과 연결될까요?
아직 하나의 기전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사람들과 대화하고 관계를 유지하는 과정에는 기억, 언어, 주의집중, 판단 등 다양한 인지기능이 사용됩니다. 동시에 사회적 관계는 신체활동이나 정서 상태, 생활습관과도 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NIA는 사회적으로 고립되거나 외로운 사람이 운동량이 부족하거나 수면 상태가 좋지 않고, 흡연이나 과도한 음주와 같은 건강하지 않은 생활습관을 보일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합니다.
따라서 사회적 연결과 뇌 건강의 관계는 하나의 원인보다는 신체·정신·생활환경의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문제로 보는 것이 적절합니다.
대화를 늘리면 인지기능에도 도움이 될까요?
흥미로운 연구도 있습니다.
NIA가 지원한 I-CONECT 임상시험에서는 사회적으로 고립된 75세 이상 고령자 186명을 대상으로 정기적인 화상 대화를 진행했습니다.
6개월 동안 주 4회, 이후 6개월 동안 주 2회 구조화된 대화를 나눈 집단에서 대조군보다 전체 인지검사와 언어 기반 실행기능에서 더 나은 결과가 관찰됐고, 일부 참가자의 뇌 MRI에서는 주의 네트워크 연결성의 변화도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연구 규모가 작고 추가 검증이 필요하기 때문에 정기적인 대화가 치매를 예방한다고 결론 내릴 단계는 아닙니다. 연구진과 NIA 역시 이를 가능성을 보여준 초기 결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사람을 많이 만나는 것’만이 아닙니다
사회적 활동이라고 해서 반드시 많은 모임에 참여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가족이나 친구와 정기적으로 연락하기,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과 취미활동 하기, 새로운 것을 배우는 수업에 참여하기, 지역사회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것처럼 자신에게 의미 있고 지속할 수 있는 관계와 활동을 찾을 수 있습니다.
직접 만나기 어렵다면 전화나 영상통화를 이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NIA 역시 가족·친구와 연락을 유지하고 새로운 기술이나 취미를 배우는 활동 등을 사회적 연결을 유지하는 방법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건강한 노년을 위해 관계도 살펴야 합니다
치매는 하나의 원인만으로 발생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사회활동 하나만으로 치매를 막을 수 있다고 말할 수도 없습니다.
WHO의 최신 지침 역시 사회활동뿐 아니라 신체활동, 건강한 식생활, 금연과 절주, 인지활동, 고혈압·당뇨·고콜레스테롤 관리 등을 함께 고려하는 다영역적인 위험 감소 접근을 강조합니다.
나이가 들수록 건강을 점검할 때 혈압이나 혈당뿐 아니라 최근 사람들과 얼마나 소통하고 있는지, 즐겁게 참여하는 활동이 있는지, 외로움이 오래 지속되고 있지는 않은지도 함께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사람과 사람을 잇는 작은 관계 역시 건강한 일상을 오래 이어가기 위한 뇌 건강 관리의 한 부분이 될 수 있습니다.
본 칼럼은 일반적인 의학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개인의 진단 및 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