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소체 치매는 어떤 질환일까요?
치매를 일으키는 뇌 질환은 알츠하이머병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루이소체 치매(Lewy body dementia, LBD) 역시 주요 퇴행성 치매 가운데 하나입니다.
루이소체 치매에서는 뇌 신경세포에 알파시누클레인(alpha-synuclein)이라는 단백질이 비정상적으로 축적되며, 이러한 축적물을 ‘루이소체(Lewy body)’라고 부릅니다. 이 변화는 생각하고 판단하는 능력뿐 아니라 움직임, 수면, 기분과 행동, 자율신경 기능 등 다양한 영역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루이소체 치매라는 큰 범주에는 루이소체 치매(Dementia with Lewy bodies, DLB)와 파킨슨병 치매(Parkinson’s disease dementia)가 포함됩니다. 두 질환은 서로 많은 생물학적·임상적 특징을 공유합니다.
기억력이 가장 먼저 떨어지는 것만은 아닙니다
알츠하이머병에서는 초기부터 새로운 정보를 기억하는 능력의 저하가 두드러지는 경우가 많지만, 루이소체 치매에서는 양상이 다를 수 있습니다.
초기에는 기억력보다 주의집중, 시각·공간을 파악하는 능력, 계획을 세우고 여러 일을 처리하는 실행기능의 변화가 상대적으로 더 눈에 띄기도 합니다. 기억력 문제는 질환이 진행되면서 뚜렷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기억력 검사가 상대적으로 괜찮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형태의 치매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사람이 이전보다 복잡한 일을 처리하기 어려워졌거나 공간을 판단하는 데 자주 실수가 생기고, 다른 특징적인 증상까지 동반된다면 전체적인 인지기능을 함께 평가할 필요가 있습니다.
어떤 날은 괜찮고 어떤 날은 크게 달라 보일 수 있습니다
루이소체 치매의 대표적인 특징 가운데 하나가 인지 변동(cognitive fluctuation)입니다.
환자의 집중력과 각성 정도가 일정하지 않아 같은 날에도 비교적 또렷하게 대화하다가 다른 시간에는 멍해 보이거나 졸리고, 질문에 제대로 반응하지 못하는 모습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어떤 날에는 상태가 비교적 좋아 보이다가 다음 날에는 현저하게 나빠 보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변동은 단순히 기억이 좋았다 나빴다 하는 정도가 아니라 주의력과 사고의 명료함 자체가 달라지는 현상일 수 있습니다.
다만 갑자기 의식이나 행동 상태가 크게 변했다면 감염이나 약물, 탈수 등으로 발생하는 섬망과 같은 다른 원인도 확인해야 하므로 기존의 치매 증상이라고 단정해서는 안 됩니다.
실제 사람이나 동물이 보인다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루이소체 치매에서는 반복적이고 구체적인 환시가 비교적 이른 시기부터 나타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나 어린이, 동물 등이 보인다고 이야기하는 식입니다. 2017년 국제 DLB Consortium의 진단 기준에서도 반복적인 환시는 인지 변동, 파킨슨증, REM수면행동장애와 함께 루이소체 치매의 핵심적인 임상 특징으로 제시됩니다.
하지만 환시 하나가 있다고 바로 루이소체 치매라고 판단하는 것은 아닙니다. 약물이나 다른 신경계·정신과적 질환 등에서도 비슷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언제 시작됐는지, 얼마나 반복되는지, 다른 특징이 함께 나타나는지를 종합적으로 살펴봐야 합니다.
꿈속 행동을 실제로 하는 수면장애도 중요한 단서입니다
자다가 큰 소리를 지르거나 팔과 다리를 휘두르고, 꿈속에서 싸우거나 도망가는 행동을 실제로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를 REM수면행동장애(REM sleep behavior disorder, RBD)라고 합니다.
정상적인 REM수면에서는 꿈을 꾸는 동안 팔다리 근육의 움직임이 억제되지만, REM수면행동장애에서는 이러한 억제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꿈속 행동이 실제 움직임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특히 중요한 점은 REM수면행동장애가 루이소체 치매의 다른 증상이 나타나기 수년 전부터 먼저 나타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근거가 축적되면서 2017년 개정된 국제 진단 기준에서는 REM수면행동장애가 루이소체 치매의 핵심 임상 특징에 포함됐습니다.
물론 잠꼬대가 있다고 모두 REM수면행동장애인 것은 아닙니다. 수면무호흡이나 다른 수면장애에서도 비슷해 보이는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어 필요한 경우 수면검사를 통해 확인합니다.
몸의 움직임도 함께 달라질 수 있습니다
루이소체 치매에서는 파킨슨증(parkinsonism)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움직임이 느려지거나 근육이 뻣뻣해지고, 보폭이 작아지거나 걷기 시작하기 어려워지는 등의 변화입니다. 떨림이나 균형 문제, 잦은 낙상이 동반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때문에 루이소체 치매와 파킨슨병 치매를 혼동하기도 합니다.
임상에서는 증상이 나타난 순서를 하나의 구분 기준으로 사용합니다. 인지기능 저하가 파킨슨증보다 먼저 또는 비슷한 시기에 나타나면 DLB를 고려하고, 이미 파킨슨병이 시작된 뒤 1년 이상 지나 치매가 나타난 경우에는 파킨슨병 치매로 구분합니다.
이러한 구분은 환자가 보이는 증상과 경과를 이해하는 데 사용되는 임상적인 기준입니다.
어지럼증이나 변비처럼 뇌와 관계없어 보이는 증상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루이소체 치매는 생각과 움직임에만 영향을 주는 질환이 아닙니다.
혈압이나 체온, 장과 방광 기능 등을 자동으로 조절하는 자율신경계에도 변화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앉거나 누워 있다가 일어설 때 혈압이 크게 떨어지는 기립성 저혈압, 반복적인 어지럼이나 실신, 변비, 배뇨 문제 등이 동반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인지기능 변화와 파킨슨증 외에도 수면, 낙상, 어지럼, 변비 같은 증상이 함께 나타나는지를 의료진에게 알려주는 것이 진단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약을 사용할 때 특히 주의해야 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루이소체 치매에서 정확한 진단이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일부 약물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는 환자가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환각이나 심한 행동 증상에 사용하는 일부 항정신병약은 루이소체 치매 환자에서 심한 졸림과 혼란을 유발하거나 파킨슨증을 크게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국제 진단·관리 권고에서도 심각한 항정신병약 과민반응을 루이소체 치매를 뒷받침하는 임상 특징 가운데 하나로 다루고 있으며 약물 사용에 각별한 주의를 권고합니다.
그렇다고 필요한 약물을 임의로 중단하거나 피해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환자가 보이는 증상의 심각도와 위험, 다른 질환과 복용약을 함께 고려해 의료진이 개별적으로 치료 방법을 결정해야 합니다.
현재는 여러 증상을 각각 관리하는 치료가 중심입니다
현재 루이소체 치매를 완치하거나 질병 진행 자체를 확실하게 멈추는 치료법은 확립돼 있지 않습니다. 따라서 인지기능, 움직임, 수면, 자율신경계 증상 등을 환자의 상태에 맞춰 관리하는 것이 치료의 중심입니다.
일부 환자의 인지 증상에는 콜린에스테라제 억제제가 사용되며, 움직임이 일상생활을 방해하는 경우에는 레보도파를 고려할 수 있습니다. 다만 한 증상을 치료하는 약이 다른 증상을 악화시키는 경우도 있어 루이소체 치매에서는 특히 개인별로 균형을 맞춘 치료가 중요합니다.
2025년 발표된 최신 리뷰들도 아직 확립된 질병조절치료는 없다고 평가하면서, 알파시누클레인이나 신경염증 등을 표적으로 한 새로운 치료법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기억력만 보지 않아야 다른 치매의 신호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루이소체 치매에서는 모든 환자에게 똑같은 증상이 나타나지 않습니다. 환각이나 파킨슨증이 먼저 나타날 수도 있고, 수면이나 자율신경계의 변화가 오래전부터 존재했던 경우도 있습니다.
따라서 치매를 살펴볼 때는 “얼마나 잘 기억하는가”만 확인하는 것보다 주의력이 심하게 오르내리지는 않는지, 이전에 없던 환시가 반복되는지, 움직임과 수면이 함께 달라지지는 않았는지를 폭넓게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알츠하이머병과 비슷해 보이더라도 질환에 따라 나타나는 증상과 약물에 대한 반응이 다를 수 있습니다. 기억력 밖에서 나타나는 변화까지 함께 살펴보는 것이 치매의 원인을 보다 정확하게 이해하는 출발점입니다.
본 칼럼은 일반적인 의학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개인의 진단과 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