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세 이전에도 치매가 시작될 수 있습니다
치매라고 하면 흔히 70~80대 이후의 모습을 떠올립니다. 실제로 나이는 치매의 가장 중요한 위험요인 가운데 하나지만, 치매가 반드시 노년기에만 발생하는 것은 아닙니다.
일반적으로 치매 증상이 65세 이전에 시작된 경우를 조기발병 또는 젊은연령발병 치매(young-onset dementia, YOD)라고 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진단을 받은 나이보다 증상이 시작된 시점입니다.
조기발병 치매 자체가 하나의 특정 질병을 뜻하는 것도 아닙니다. 알츠하이머병, 전두측두엽치매, 혈관성 치매를 비롯해 다양한 질환이 젊은 연령에서 치매 증상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젊은 사람이 생긴 치매는 모두 조기발병 알츠하이머병’이라고 이해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습니다.
드물지만 세계적으로 적지 않은 사람이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2021년 JAMA Neurology에 발표된 체계적 문헌고찰과 메타분석에서는 조기발병 치매의 세계적인 규모를 분석했습니다.
연구진은 총 95개 연구를 검토했고, 이 가운데 74개 연구에 포함된 약 276만 명의 자료를 연령대별 분석에 사용했습니다. 그 결과 30~64세에서 조기발병 치매의 연령표준화 유병률은 인구 10만 명당 약 119명으로 추정됐습니다. 당시 세계 인구를 적용하면 30~64세 약 390만 명이 조기발병 치매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연령이 높아질수록 유병률도 크게 증가했습니다. 30~34세에서는 10만 명당 1.1명이었던 반면 60~64세에서는 77.4명으로 추정됐습니다. 다만 연구 자료가 유럽 등 일부 지역에 편중돼 있고 젊은 연령층이나 저소득 국가의 자료가 부족해, 실제 규모에는 불확실성이 있다는 점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젊을수록 처음부터 치매를 떠올리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조기발병 치매의 어려움 가운데 하나는 진단까지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다는 점입니다.
50대의 직장인이 업무에서 반복적으로 실수하거나 집중력이 떨어지고 성격이 달라졌다고 해도 처음부터 퇴행성 뇌질환을 의심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스트레스나 우울·불안, 직장 문제 등으로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2025년 발표된 첫 ‘치매 진단까지 걸리는 시간’ 체계적 문헌고찰·메타분석에서는 13개 연구, 3만257명의 자료가 분석됐습니다. 전체 치매에서는 증상이 처음 나타난 뒤 최종 진단까지 평균 약 3.5년이 걸렸고, 조기발병 치매에서는 약 4.1년으로 더 길었습니다. 젊은 발병 연령과 전두측두엽치매가 더 긴 진단 기간과 지속적으로 연관되는 요인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연구 결과는 2025년 UCL에서도 소개됐으며 연구진은 조기발병 치매 환자에게 적합한 전문적인 진단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우울증이나 스트레스로만 설명되지 않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젊은 연령에서는 기억력보다 업무 수행, 행동, 언어, 판단력이나 시공간 기능의 변화가 먼저 눈에 띄는 경우도 있어 진단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2024년 발표된 조기발병 치매 환자 연구에서는 증상 발생부터 진단까지 평균 약 3.6년이 걸렸습니다. 특히 처음 진료를 받을 당시 우울증이나 불안장애가 의심된 경우 전문의에게 의뢰되기까지의 시간이 유의하게 길어진 것으로 보고됐습니다.
그렇다고 젊은 사람에게 우울증이나 불안 증상이 생기면 치매를 의심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우울증과 불안은 훨씬 흔하며 그 자체로 집중력과 기억력에 영향을 줄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치료를 받고 있는데도 이전에는 없던 인지·언어·행동 변화가 지속적으로 진행하거나 직장과 일상생활 수행 능력이 계속 떨어지는 경우, 다른 원인이 있지는 않은지 평가하는 것입니다.
조기발병 치매의 원인은 한 가지가 아닙니다
젊은 나이에 치매가 발생하면 흔히 ‘유전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다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조기발병 치매에는 알츠하이머병과 전두측두엽치매 같은 퇴행성 뇌질환뿐 아니라 혈관성 질환과 유전·대사질환, 외상성 뇌손상이나 일부 감염·염증성 질환 등 고령기보다 폭넓은 감별진단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알츠하이머병의 경우 젊은 나이에 발병하더라도 모두 특정 유전자 하나로 설명되는 것은 아닙니다. NIA에 따르면 65세 이전에 발생하는 알츠하이머병 가운데 APP, PSEN1, PSEN2의 특정 병적 유전자 변이로 설명되는 경우는 약 10~15%로 추정됩니다. 따라서 ‘젊은 나이에 발병했다 = 자녀에게 반드시 유전된다’고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가족 중 여러 사람이 비슷하게 젊은 나이에 치매가 발생했거나 특정 유전성 질환이 의심되는 경우에는 의료진이 가족력을 확인하고 필요하다면 전문적인 유전상담과 검사를 고려할 수 있습니다.
검사는 기억력검사 하나로 끝나지 않습니다
조기발병 치매는 원인이 다양하기 때문에 진단 과정에서도 폭넓은 평가가 중요합니다.
진료에서는 환자뿐 아니라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에게 어떤 변화가 언제 시작됐고 어떻게 진행하고 있는지 확인합니다. 기억력뿐 아니라 언어능력, 주의력, 실행기능, 시공간 능력, 행동과 성격 변화 등을 평가할 수 있습니다.
또한 혈액검사와 MRI 등의 뇌영상검사를 통해 다른 원인을 확인하고, 임상적인 필요에 따라 자세한 신경심리검사나 뇌척수액 검사, 특정 바이오마커 또는 유전검사가 활용되기도 합니다.
특히 젊은 연령에서 인지기능이 떨어지는 경우에는 단순히 치매 여부를 확인하는 것뿐 아니라 치료하거나 교정할 수 있는 다른 질환이 있는지도 함께 살펴보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직장과 가족생활에 미치는 영향도 다를 수 있습니다
조기발병 치매가 고령기 치매와 다른 중요한 점은 질환이 시작되는 삶의 시기입니다.
50~60대라면 여전히 직장생활을 하고 있거나 경제적으로 가족의 중심 역할을 맡고 있을 수 있습니다. 자녀가 아직 학생이거나 부모를 동시에 돌보고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2024년 발표된 조기발병 치매 가족 돌봄에 관한 문헌고찰에서는 환자의 질환이 진행하면서 가족 구성원이 돌봄과 자신의 직업·교육을 병행해야 하는 문제가 반복적으로 나타났습니다. 환자 본인의 실직이나 독립성 감소뿐 아니라 배우자 등 가족의 근로생활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같은 해 조기발병 치매를 앓으면서 일한 경험을 조사한 연구에서도 많은 참여자가 계속 일하고 싶다는 욕구를 가지고 있었으며, 진단과 질환에 대한 직장 내 이해, 업무 조정과 지원이 중요한 문제로 나타났습니다.
따라서 조기발병 치매에서는 약물치료와 인지기능 관리뿐 아니라 직업, 경제생활, 가족 역할과 향후 돌봄 계획까지 함께 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직 젊으니까 치매는 아닐 것’이라고 넘기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40~50대에 한 번 약속을 잊거나 업무 실수를 했다고 해서 치매를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피로와 수면 부족, 스트레스, 우울증이나 여러 신체질환에서도 인지기능이 일시적으로 떨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전에 잘하던 업무를 반복해서 처리하지 못하거나, 판단·언어·행동이 지속적으로 달라지고 그 변화가 점차 심해진다면 나이만을 이유로 치매 가능성을 배제해서도 안 됩니다.
조기발병 치매는 고령기 치매에 비해 드물지만 실제로 존재하며 원인도 다양합니다. 정확한 진단까지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기 때문에 중요한 것은 ‘젊은 사람이 왜 치매에 걸렸을까’를 먼저 단정하는 것이 아니라 지속되는 변화가 무엇인지 정확히 확인하고 그 원인을 찾는 것입니다.
치매는 나이만으로 판단하는 질환이 아닙니다. 이전과 다른 변화가 계속된다면 그 변화가 보내는 신호를 살펴보는 것에서 정확한 진단이 시작됩니다.
본 칼럼은 일반적인 의학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개인의 진단 및 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