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력이 떨어졌다고 모두 알츠하이머병은 아닙니다
최근 일을 자주 잊거나 같은 질문을 반복하기 시작하면 알츠하이머병을 걱정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기억력 저하에는 여러 원인이 있을 수 있습니다.
수면장애나 약물의 영향, 우울증을 비롯한 정신건강 문제, 뇌졸중과 다른 신경계 질환 등도 인지기능 변화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알츠하이머병을 진단할 때는 기억력검사 하나의 결과만으로 판단하지 않습니다.
먼저 증상이 언제부터 시작됐는지, 시간이 지나면서 어떻게 달라졌는지 확인하고 기억력·주의력·언어능력·문제해결능력 등의 인지기능과 일상생활 수행 능력을 함께 평가합니다.
MRI는 무엇을 확인할까요?
뇌 MRI는 치매 진료에서 중요한 검사 중 하나입니다.
MRI를 통해 뇌의 구조와 위축 정도를 살펴볼 수 있으며 뇌혈관질환이나 출혈, 종양, 뇌에 물이 차는 수두증 등 인지기능 저하를 일으킬 수 있는 다른 원인을 확인하는 데에도 활용됩니다.
다만 MRI에서 특정 부위가 위축돼 보인다는 사실만으로 알츠하이머병을 확진하는 것은 아닙니다. 영상 결과 역시 환자의 증상과 인지기능검사 등 다른 평가 결과와 함께 해석해야 합니다.
알츠하이머병의 변화를 직접 살펴보는 바이오마커
알츠하이머병에서는 뇌에 베타아밀로이드와 타우 단백질의 비정상적인 변화가 나타납니다.
이러한 질병의 생물학적 변화를 확인하는 지표를 바이오마커(biomarker)라고 합니다.
대표적으로 아밀로이드 PET를 이용하면 뇌에 축적된 베타아밀로이드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한 요추천자로 얻은 뇌척수액에서 베타아밀로이드와 타우, 인산화 타우 등의 변화를 측정하는 방법도 알츠하이머병 진단에 활용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검사는 모든 기억력 저하 환자에게 일률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아니라 임상적인 필요성을 고려해 선택합니다.
혈액으로 확인하는 바이오마커도 발전하고 있습니다
최근 특히 주목받고 있는 분야가 혈액 기반 알츠하이머 바이오마커입니다.
혈액에서 베타아밀로이드나 특정 형태의 인산화 타우(p-tau) 등을 측정해 뇌의 알츠하이머병 관련 병리 가능성을 평가하려는 것입니다. 최근 연구에서는 특히 p-tau217을 활용한 검사의 진단 성능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2025년 5월 미국 FDA는 인지저하 증상이 있는 55세 이상 성인의 알츠하이머병 진단을 보조하기 위한 최초의 혈액검사를 허가했습니다. 이 검사는 혈액의 p-tau217과 β-amyloid 1-42를 측정해 아밀로이드 병리 여부를 평가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혈액검사는 PET나 뇌척수액 검사보다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다는 장점 때문에 앞으로 진단 과정에서의 역할이 더욱 커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혈액검사 하나로 치매를 진단할 수 있을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혈액 바이오마커가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검사 결과 하나만 보고 환자에게 치매가 있다고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실제로 바이오마커는 인지기능검사, 환자의 증상과 병력, 신경학적 평가, 영상검사 등의 결과와 함께 해석해야 합니다. 바이오마커가 양성이라고 해서 현재 치매 증상이 반드시 있다는 의미도 아닙니다.
검사 종류에 따라서도 정확도와 임상적 활용 범위가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어떤 검사가 필요한지는 환자의 연령과 증상, 인지기능 상태 등을 고려해 결정해야 합니다.
중요한 것은 ‘어떤 검사 하나’가 아니라 정확한 진단 과정입니다
알츠하이머병 진단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확인하기 어려웠던 뇌 속의 변화를 이제는 PET와 뇌척수액뿐 아니라 혈액을 통해서도 살펴볼 수 있는 시대가 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검사 기술이 발전할수록 오히려 결과를 정확하게 해석하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기억력이나 판단력의 변화가 지속된다면 막연히 치매라고 단정하거나 반대로 노화라고 넘기기보다, 전문적인 인지기능 평가를 먼저 받고 필요한 경우 뇌영상과 바이오마커 검사를 단계적으로 활용해 원인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신경의 변화를 정확히 읽는 것에서 적절한 치료와 관리의 방향을 찾는 과정이 시작됩니다.
본 칼럼은 일반적인 의학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개인의 진단 및 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